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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말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분기 말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분기 말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3월 26일 월요일, D-5 출근했다. 세일즈팀 슬랙이 조용하다. 조용한 게 더 무섭다. 다들 알고 있다. 이번 분기 MRR 타겟 85% 달성. 분기 말까지 5일. 15%를 5일에 채워야 한다.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작년 2분기에도 했다. 그때도 막판 스퍼트로 102% 찍었다. 문제는 그때 2주를 야근했다는 거다. 매니저가 오전 10시에 전체 콜. "이번 주 파이프라인 점검합니다. 클로징 가능한 딜만 얘기해주세요."나한테 가능한 딜 3개.A사: 50명 규모, 월 150만원. 결제 망설이는 중. "다음 주 결정하겠다"는 상태. B사: 20명 규모, 월 60만원. 경쟁사랑 비교 중. 가격 때문에 흔들림. C사: 100명 규모, 월 300만원. 데모까지 했는데 결재권자 출장 중.510만원. 내 분기 타겟 대비 12%. 부족하다. 많이. 매니저가 말했다. "이번 주 신규 콜드콜은 멈추세요. 파이프라인에 있는 것만 집중. 클로징할 수 있는 거 다 끌어내세요."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 끄덕였다. 속으론 계산 중이다. 커미션 0원 될 확률 70%. 점심은 편의점 샌드위치. 5분 만에 먹었다. A사부터 전화 돌렸다.월요일 오후, 콜드콜 말고 웜콜 A사 담당자한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 데모 이후 검토 어떻게 되셨어요?" "아, 네... 좋긴 한데 팀 내부에서 의견이 좀 갈려서요." 의견이 갈린다. 영업에서 이 말은 "아직 안 사겠다"는 뜻이다. "어떤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세요? 제가 추가로 설명 드릴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가격이 좀... 우리 규모에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요." 가격. 예상했다.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처음 3개월은 20% 할인 적용해드릴게요. 그 기간 동안 효과 보시고 판단하시는 거죠." 전화 너머 침묵. 3초. 긴 3초다.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네, 분기 말 프로모션으로 가능합니다. 이번 주 내 계약하시는 분들만 해당돼요." 거짓말은 아니다. 매니저한테 승인받으면 된다. 나중에. "알겠습니다. 팀이랑 다시 상의해볼게요." "네, 그런데 프로모션이 이번 주까지라서요. 수요일까지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데드라인을 줬다. 압박. 영업의 기본. 전화 끊었다. 가능성 50%. 올랐다. B사는 경쟁사 문제다. 가격이 우리보다 30% 싸다. 제품은 별로인데 가격이 싸다. 이메일 보냈다. 우리 제품 vs 경쟁사 기능 비교표. 통합 기능, 보안, 고객 지원 차이 강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더 저렴합니다" 각도. C사는... 결재권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목요일 복귀 예정. 시간이 빡빡하다. 오후 6시. 팀원 하나가 "저 먼저 가볼게요" 했다. 아무도 대답 안 했다. 분기 말엔 다들 눈치 본다. 나도 7시에 나갔다. 아직 월요일이다. 체력 안배.화요일,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출근해서 CRM 확인. A사 상태 그대로. B사 상태 그대로. C사 상태 그대로. 화요일 오전 회의. 매니저가 팀 전체 진행률 공유. 87%. 2% 올랐다. 다른 팀원이 어제 딜 2개 클로징했다. 부럽다. 솔직히. "이번 주 목표는 95%입니다. 100% 찍으면 팀 회식 제가 쏩니다." 회식. 관심 없다. 커미션이 중요하다. 내 개인 타겟 달성률 73%. 이번 주에 27%를 채워야 한다. 510만원 MRR로는 부족하다. 최소 700만원은 더 필요하다. 파이프라인 다시 봤다. 클로징 가능성 30% 이하 딜들. D사, E사, F사. 다 무료 체험 중이거나 데모 후 잠잠한 곳들. D사한테 전화. 안 받는다. 이메일. 읽씹. E사한테 전화. 받았다. "안녕하세요, 지난달 데모 이후 어떠셨어요?" "아, 저희 지금 다른 거 쓰기로 했어요." "아... 그렇군요. 혹시 어떤 제품으로 결정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슬랙이요." 슬랙. 이길 수 없다. 전화 끊었다. CRM에 'Lost - Competitor' 체크. F사는 응답 없음. 세 번 전화했는데 다 안 받는다. 관심 없다는 신호. 점심 먹으면서 계산했다. A사 150만원, B사 60만원, C사 300만원. 합쳐도 510만원. 모자란다. 오후에 지난 2주 파이프라인 전부 다시 봤다. 놓친 거 없나. 가능성 있는 거 없나. G사. 80명 규모. 한 달 전에 데모했는데 "나중에 연락드리겠다" 후 소식 없음. 전화했다. 안 받는다. 이메일 보냈다. 제목: "혹시 아직 업무 툴 고민 중이신가요?" 본문: 간단하게. 우리 제품 업데이트 소식, 신규 기능, "5분만 통화 가능하신가요?" 보냈다. 읽힐 확률 20%. 오후 5시. A사한테서 이메일 왔다. "죄송한데 이번 주는 어렵고, 다음 주에 결정할 것 같아요." 다음 주. 분기 지나간다. 답장 보냈다. "다음 주면 프로모션 종료돼서 할인이 어려워요. 혹시 이번 주 금요일까지 가능하신가요?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간절함 숨기기 힘들다. 고객도 안다. 분기 말이라는 거. 저녁 7시. 팀원들 아무도 안 간다. 다들 모니터 보면서 전화하거나 이메일 쓴다. 매니저가 치킨 시켰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도 화이팅." 치킨 먹으면서 씁쓸했다. 이게 동기부여가 되나. 9시에 퇴근했다. 지하철에서 CRM 앱으로 파이프라인 또 봤다. 숫자는 그대로다.수요일, 중간 점검의 잔인함 수요일 아침. D-3. 출근길에 슬랙 확인. 팀 진행률 90%. 3% 더 올랐다. 누군가 큰 딜 클로징했다. 축하 이모지 가득. 나는 그대로. 73%. 오전 회의. 매니저 표정이 진지하다. "현재 90%. 금요일까지 5% 남았습니다. 각자 확실한 딜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팀원들 돌아가면서 얘기했다. 나는 A사, C사만 얘기했다. B사는 빼고. 가능성 낮아서. 회의 끝나고 매니저가 나한테 따로 얘기했다. "괜찮아? 이번 분기 좀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습니다. A사랑 C사 확정되면 목표 달성 가능해요." 거짓말이다. 두 개 합쳐도 부족하다. 매니저도 안다. "추가로 가능한 거 있으면 최대한 푸쉬해봐. 내가 할인 승인 필요하면 얘기하고." "네, 감사합니다." 자리 돌아와서 A사한테 전화. 이번엔 직통으로 담당자 말고 팀장한테 연결했다."안녕하세요, A사 협업툴 도입 건으로 팀장님께 직접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 담당자한테 들었어요." "이번 주 계약하시면 3개월 20% 할인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검토 어떻게 되셨나요?" "저희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결재 프로세스가 있어서요. 이번 주는 빡빡해요." 결재 프로세스. 핑계일 수도, 진짜일 수도. "그럼 이렇게 하시죠. 금요일까지 계약서만 보내주시면 할인 적용해드릴게요. 결제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도 괜찮습니다."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분기 MRR에 잡히면 된다. 나중 문제는 나중에.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네, 특별히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내부 결재 돌려보고 연락드릴게요." 가능성 60%. 올랐다. C사 결재권자한테 이메일. "목요일 복귀하시면 바로 미팅 가능하신가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B사는... 포기했다. 경쟁사 간다. 이메일 읽고도 답 없다. 오후에 G사한테서 답장 왔다. "관심 있습니다. 내일 오전 통화 가능하세요?" 심장 뛴다. 가능성 30%짜리가 갑자기 살아났다. "네, 내일 오전 10시 어떠세요?" 즉답했다. 수요일 저녁. 팀원 하나가 큰 딜 클로징했다. 월 500만원. 슬랙에 자랑. 다들 축하. 나도 축하 이모지 눌렀다. 속으론 초조하다. 10시 퇴근. 편의점에서 에너지 드링크 샀다. 내일부터 진짜 스퍼트.목요일, 마지막 48시간 목요일 아침. D-2. 9시 반 출근. 오늘은 일찍 왔다. G사 통화 준비. 10시 정각. G사 담당자한테 전화. "안녕하세요, 이메일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어떤 부분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가요?" "저희 지금 스프레드시트로 관리하는데, 인원 늘면서 한계가 있어요. 협업툴 도입 고민 중이에요." 완벽한 타이밍. 우리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다. "그럼 이번 주 금요일에 데모 한번 보여드려도 될까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금요일요? 급하네요." "네, 사실 이번 주가 분기 말이라 특별 프로모션 진행 중이에요. 이번 주 계약하시면 2개월 무료 제공 가능합니다." 거짓말 아니다. 매니저한테 승인받으면 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2개월 무료요? 그럼 금요일 오후 2시 어때요?" "완벽합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전화 끊고 주먹 쥐었다. 가능성 50%. 금액은 240만원. 크진 않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오후 1시. C사 결재권자 복귀. 즉시 전화. "안녕하세요, 출장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오후 시간 괜찮으신가요?" "오늘은 좀 바빠서요. 내일 오전은 어때요?" 내일. 금요일. 마지막 날. "네, 좋습니다. 내일 10시 어떠세요?" "10시 괜찮아요." 일정 잡혔다. C사 300만원. 이게 확정되면 숨통 트인다. 오후 3시. A사한테서 전화 왔다. "저희 내부 결재 승인 났어요. 계약서 보내주시면 검토해볼게요."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계약서 작성. 20% 할인 조건 명시. 이메일 발송. 오후 4시. A사 150만원. 가능성 80%. 현재 상황:A사 150만원 (80%) C사 300만원 (70%) G사 240만원 (50%)합계 690만원. 예상 확정 금액 483만원 (확률 곱하면). 아직 부족하다. 700만원 더 필요하다. 저녁 7시. 파이프라인 다시 뒤졌다. 2주 전, 3주 전 데모했던 곳들. 전부 다시 연락. 10통 전화. 3통 받음. 2곳 관심 없음. 1곳 "다음 달에 다시 연락 주세요." 다음 달. 소용없다. 이메일 20통 보냈다. 제목: "마지막 기회 - 이번 주 특별 프로모션" 읽힐 확률 30%. 답장 올 확률 10%. 계약 확률 3%. 그래도 보냈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밤 11시 퇴근. 지하철에서 커미션 계산했다. 목표 달성하면 300만원. 못 하면 0원. 300만원과 0원 사이. 내일 하루.금요일, 클로징 데이 금요일. 3월 30일. D-Day. 8시 출근. 사무실에 벌써 사람 셋 있다. 다들 같은 처지. 오전 10시. C사 결재권자 미팅. 줌으로 연결. "지난번 데모 보시고 어떠셨어요?" "팀 반응은 좋았어요. 근데 가격이..." 또 가격. 예상했다. "그럼 이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첫 달 무료, 두 번째 달부터 과금. 그리고 연 계약 하시면 10% 추가 할인." "연 계약이요?" "네, 월 계약 대비 장기 사용 시 비용 절감되는 구조입니다." 결재권자 고민하는 표정. 10초. 20초. "...좋아요. 계약서 보내주세요." "오늘 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미팅 종료. C사 확정. 300만원. 심장 뛴다. 오후 2시. G사 데모. 화면 공유하면서 주요 기능 설명. 30분 계획이 45분 걸렸다. 질문 많이 했다. 좋은 신호. "오늘 결정하시면 2개월 무료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죠?" "네, 근데 저희 의사결정권자가 지금 자리 비었어요." "몇 시에 복귀 예정이세요?" "5시쯤요." "그럼 5시 이후에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프로모션이 오늘까지라서요." "알겠습니다." 오후 4시. A사한테서 이메일. 계약서 검토 완료. "결제 절차 진행하겠습니다." A사 확정. 150만원. 현재 확정: 450만원 (A사 150 + C사 300) 오후 5시 반. G사한테 전화. "의사결정권자분 복귀하셨나요?" "네, 지금 얘기 중이에요. 10분 후에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네!" 10분. 길다. 오후 5시 45분. G사한테 전화. "결정하셨나요?" "네, 진행하겠습니다. 2개월 무료 조건으로." "감사합니다!" G사 확정. 240만원. 총 690만원. 목표 대비 부족하지만... 있는 거 다 끌어냈다. 오후 6시. 매니저한테 보고. "A사, C사, G사 클로징 완료했습니다." "수고했어. 고생 많았다." 팀 전체 진행률 98%. 거의 다 왔다. 저녁 8시. 팀원 하나가 마지막 딜 클로징. 팀 목표 101% 달성. 슬랙에 축하 메시지 쏟아진다. 매니저가 회식 공지. "다음 주 수요일 저녁 7시, 고깃집." 나는 개인 목표 86%. 못 채웠다. 커미션 0원.퇴근길, 그래도 지하철 타고 집 간다. 피곤하다. 이번 분기 커미션 날렸다. 300만원. 아프다. 하지만 A사, C사, G사는 내가 클로징했다. 690만원 MRR. 다음 분기 베이스가 된다. 분기 말 야근. 피할 수 없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목표는 명확하다. 달성하거나, 못 하거나. 영업은 그렇다. 냉정하다. 과정보다 결과. 노력보다 숫자. 그래도 한다. 다음 분기에는 채운다. 집 도착. 씻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토요일. 쉰다. 월요일부터 2분기. 다시 시작이다.분기 말은 매번 온다. 야근도 매번 한다. 그게 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