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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체험 고객이 왜 돈을 안 낼까?

무료 체험 고객이 왜 돈을 안 낼까?

무료 체험 고객이 왜 돈을 안 낼까? 금요일 밤 11시, 사무실 퇴근하지 않았다. 여자친구도 퇴근 안 했다. 우리 둘이 회의실에 앉아서 노트북 두 대 펼쳐놓고 숫자를 보고 있다. 이번 달 전환율 12%. 지난달 18%였다. 6%p 떨어졌다. "왜 이렇게 떨어졌어?" 여자친구가 물었다. 마케팅팀 주임이다. 리드 퀄리티가 문제인지 알고 싶어한다.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솔직한 대답이다.무료 체험은 100명, 유료 전환은 12명 이번 달 숫자다.무료 체험 신청: 103명 14일 체험 완료: 87명 (이탈 16명) 유료 전환: 12명 전환율: 12%지난달은 이랬다.무료 체험 신청: 94명 14일 체험 완료: 81명 (이탈 13명) 유료 전환: 17명 전환율: 18%리드는 늘었는데 전환은 줄었다. 역설이다. "리드 퀄리티가 떨어진 거 아냐?" 여자친구가 CRM 필터를 돌렸다. 기업 규모별, 산업별, 유입 채널별로 쪼갰다. "10인 이하 기업이 이번 달에 많네. 지난달 32%였는데 이번 달 48%야." 숫자가 보였다. 작은 회사들이 많이 들어왔다. "작은 회사는 전환율 낮아?" "응. 지난 3개월 데이터 보면 10인 이하는 전환율 8%. 10인 이상은 22%."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회사들은 왜 전환을 안 할까? 12명 중 4명은 10인 이하 회사였다. 8명은 10인 이상이었다. 작은 회사 유료 전환 고객 4명에게 전화했다. 토요일 오전인데 통화했다. 스타트업이라 주말에도 일한다. 첫 번째 대표님. "솔직히 비싸요. 우리는 3명이 쓰는데 월 15만원이면 1인당 5만원이잖아요. 슬랙은 무료인데." 두 번째 대표님. "기능이 많은데 우리는 채팅만 써요. 나머지는 안 써요. 그래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 번째 대표님. "체험 기간에는 좋았어요. 그런데 14일 지나고 나니까 꼭 필요한가 싶더라고요. 카톡으로도 되거든요." 네 번째 대표님. "우리는 돈이 없어요. 다음 분기에 투자 받으면 쓸게요."네 명의 공통점. 가격이 부담된다. 기능이 과하다. 대체재가 있다. 돈이 없다. 전환한 8명(10인 이상)은 달랐다. "팀이 커지니까 카톡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프로젝트 관리 기능이 좋아요. 우리는 그거 쓰려고 결제했어요." "슬랙 쓰다가 바꿨는데, 한글 지원이 확실히 낫네요." 차이가 명확했다. 10인 이상 회사는 '필요'를 느낀다. 10인 이하는 '좋긴 한데'로 끝난다. 그럼 10인 이하는 버려야 하나? 여자친구와 토론했다. 밤 1시였다. "10인 이하 리드 줄이는 게 맞지 않아? 광고비 아끼고." "근데 그 사람들도 나중에 크잖아. 지금 10인 이하여도 내년엔 20명일 수 있어." "그럼 그때 오면 되지." "경쟁사가 먼저 잡으면?" 말이 맞았다. 작은 회사도 고객이다. 지금은 작지만 나중에 크면 MRR이 커진다.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기회가 없다. "그럼 작은 회사한테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거 아냐?" "예를 들면?" "가격. 10인 이하는 할인 플랜." "그럼 마진이 줄잖아." "전환율이 올라가면 매출은 늘어."계산해봤다. 현재:10인 이하 체험 50명 → 전환 4명 (8%) → MRR 60만원 (1인당 15만원) 10인 이상 체험 50명 → 전환 11명 (22%) → MRR 330만원 (1인당 30만원) 총 MRR: 390만원만약 10인 이하 할인 (50% 할인):10인 이하 체험 50명 → 전환 10명 (20%, 가정) → MRR 75만원 (1인당 7.5만원) 10인 이상 체험 50명 → 전환 11명 (22%) → MRR 330만원 총 MRR: 405만원MRR이 늘었다. 가설이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월요일, 팀 미팅 제안했다. 세일즈팀 미팅에서. "10인 이하 고객은 별도 플랜을 만들면 어떨까요?" 팀장이 물었다. "근거는?" "이번 달 전환율 분석했는데요, 10인 이하는 8%, 10인 이상은 22%입니다. 인터뷰해보니 가격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럼 할인하자는 거야?" "네. 하지만 조건을 붙이는 거죠. 연간 결제 시에만 할인. 그럼 Churn도 줄고요." 동료가 반박했다. "근데 그럼 10인 이상도 할인 달라고 하면?" "기업 규모로 자동 구분하면 됩니다. 사업자등록증 기준으로." 팀장이 고민했다. 3초. "CPO한테 제안해봐. 나는 찬성이야." 문제는 또 있었다. 제품.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체험 완료한 87명 중 유료 전환 안 한 75명. 이 사람들이 뭘 했는지 봤다. CRM 로그를 뒤졌다. 제품 사용 패턴.채팅만 쓴 사람: 42명 (56%) 프로젝트 관리 쓴 사람: 18명 (24%) 파일 공유만 쓴 사람: 15명 (20%)채팅만 쓴 42명 중 전환한 사람은 2명. 전환율 4.7%. 프로젝트 관리 쓴 18명 중 전환한 사람은 7명. 전환율 38.8%. 파일 공유만 쓴 15명 중 전환한 사람은 3명. 전환율 20%. 차이가 극명했다. 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쓴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전환한다. "그럼 온보딩 때 프로젝트 관리 기능 쓰게 유도해야 하는 거 아냐?" 여자친구가 말했다. 정확했다. 온보딩 메일을 바꿨다 기존 온보딩 메일: "환영합니다! 14일 무료 체험을 시작하셨습니다. 채팅, 프로젝트 관리, 파일 공유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해보세요." 문제: 너무 포괄적이다. 뭘 먼저 써야 할지 모른다. 새 온보딩 메일 (Day 1): "첫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세요. 3분이면 됩니다. [프로젝트 만들기 버튼]" Day 3: "프로젝트에 팀원을 초대해보세요. 협업이 시작됩니다. [초대하기 버튼]" Day 7: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보세요. 대시보드 기능을 켜보세요. [대시보드 보기 버튼]" Day 12: "체험 종료 2일 전입니다. 유료 전환 시 첫 달 20% 할인 드립니다. [결제하기 버튼]" 핵심: 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먼저 쓰게 만든다. 단계별로 유도한다. 마케팅팀이 메일을 새로 짰다. 다음 주부터 적용한다. 그리고 타이밍 또 하나 발견했다. 체험 시작 후 며칠째에 가장 많이 이탈할까?Day 1-3: 16명 (체험 신청만 하고 안 씀) Day 4-7: 3명 Day 8-14: 6명Day 1-3에서 대부분 이탈한다. 가입만 하고 안 쓴다. "첫 3일이 승부구나." 팀장이 말했다. 새 전략: Day 1에 전화한다. 기존: Day 7에 전화했다. "체험 어떠세요?" 새 전략: Day 1에 전화한다. "가입하셨네요. 혹시 도움 필요하세요? 지금 바로 세팅 도와드릴게요." Day 1 전화는 세일즈가 아니다. 온보딩이다. 제품을 쓰게 만드는 게 목표다. "10분만 시간 주시면 첫 프로젝트 같이 만들어드릴게요." 거절률이 낮았다. 이미 가입한 사람들이니까. 도움 받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2주 후, 숫자가 바뀌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변화가 보인다. 이번 주 무료 체험: 28명 Day 1 전화: 28명 중 23명 통화 성공 (82%) 통화한 23명 중 프로젝트 생성: 19명 (82%) 프로젝트 생성한 19명 중 팀원 초대: 14명 (73%) 아직 체험 기간이라 전환율은 모른다. 하지만 사용률이 올랐다. 여자친구가 말했다. "이번 달 말에 전환율 봐야 알겠네." "응. 근데 느낌은 좋아." 느낌이 좋다는 건 데이터가 움직인다는 뜻이다. 결론은 아직 없다 무료 체험 고객이 왜 돈을 안 낼까? 답은 하나가 아니었다.가격: 10인 이하 기업은 부담된다. 제품: 채팅만 쓰면 전환 안 한다. 핵심 기능을 써야 한다. 타이밍: Day 1-3에 이탈한다. 첫날이 중요하다. 온보딩: 방치하면 안 쓴다. 손잡고 가야 한다.우리가 바꾼 것:10인 이하 할인 플랜 제안 (CPO 검토 중) 온보딩 메일 개편 (다음 주 적용) Day 1 전화 온보딩 (이번 주부터 시작)다음 달 전환율이 15%를 넘으면 성공이다. 12%에서 3%p 올리는 게 목표다. 금요일 밤 11시부터 시작한 분석. 토요일 고객 인터뷰. 월요일 팀 미팅. 여자친구랑 같이 파이프라인 뒤진 게 제일 도움됐다. 마케팅 관점과 세일즈 관점이 합쳐지니까 보이는 게 많았다. "다음 달에 술 살게." "전환율 15% 넘으면." "넘을 거야."전환율은 숫자지만, 그 뒤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이 왜 돈을 안 내는지 물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