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가 두렵다: 지난달 Churn 분석 시간

월초가 두렵다: 지난달 Churn 분석 시간

월초가 두렵다: 지난달 Churn 분석 시간

10시 정각

사무실 문 열었다. 아직 아무도 없다. 월초 첫날은 항상 이렇다.

컴퓨터 켰다. CRM 로그인. Churn Report 탭 클릭.

떨린다.

지난달 떠난 고객 리스트가 뜬다. 12개사. MRR로 치면 180만원.

숨 참았다.

왜 떠났는지 읽는 시간

하나씩 열어본다. 취소 사유.

“타사 제품으로 이동” “예산 부족” “사용률 저조” “담당자 퇴사”

읽으면서 기억난다. 그 고객이.

3개월 전에 내가 전환시켰던 회사. 데모할 때 “완벽하네요” 했던 대표님. 두 달 쓰다가 갑자기 취소.

이유는 “예산”.

거짓말이다. 경쟁사가 20% 깎아줬을 거다.

패턴 찾기

엑셀 켰다. Churn 고객 데이터 복붙.

  • 업종
  • 직원 수
  • 사용 기간
  • 마지막 로그인
  • 결제 플랜

정렬했다.

보인다.

5인 미만 회사가 8개. 사용 기간 2개월 이하가 7개. 마지막 로그인 2주 전이 9개.

결론은 명확하다.

온보딩 실패.

제품 쓰는 법을 몰라서 떠난 거다. 우리가 안 가르쳐줬다.

사용률 저조의 진실

CRM에서 또 본다. 사용률 데이터.

떠난 12개사. 지난 한 달간 평균 로그인 3.2회.

우리 평균은 주 5회다.

한 달에 3번 접속. 그럼 당연히 취소하지.

근데 왜 안 썼을까.

슬랙 히스토리 뒤졌다. 내가 보낸 메시지들.

“무료 체험 어떠셨어요?” “유료 전환 도와드릴게요!” “결제하시면 프리미엄 기능 쓰실 수 있어요.”

전환만 신경 썼다. ‘제대로 쓰고 계세요?’ 는 한 번도 안 물었다.

담당자 퇴사의 공포

제일 억울한 케이스.

스타트업 A사. 50인 규모. MRR 29만원.

3개월 잘 썼다. 로그인율도 높았다.

갑자기 취소. 이유: “담당자 퇴사”.

전화했다.

“아 그분 그만두셔서요. 새 담당자는 익숙한 툴 쓰고 싶대요.”

“인수인계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끊었다.

이게 SaaS다. 사람이 떠나면 제품도 떠난다.

경쟁사 이동의 패턴

“타사 제품으로 이동” 4건.

다 안다. 어디로 갔는지.

N사 협업툴. 우리보다 30% 싸다. 기능은 70% 수준.

근데 왜 갔을까.

전화해봤다. 솔직하게.

“가격이요. 그냥 가격.”

“기능은 불편하지 않으세요?”

“음… 조금요. 근데 돈이 더 중요해서요.”

끊고 생각했다.

우리 제품이 30% 더 나은가? 솔직히 모르겠다.

MRR 180만원의 의미

계산했다.

180만원 잃었다. 다시 채우려면?

신규 고객 12개사. 또는 기존 고객 업그레이드 18건.

한 달에?

불가능하다.

그래도 해야 한다. 타겟이 그렇다.

월초마다 똑같다. 채우면 새는 통.

이번 달 타겟 세우기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지난달 배운 것:

  1. 온보딩 강화 필요
  2. 2주 미로그인 시 연락
  3. 5인 미만은 성공 확률 낮음
  4. 담당자 변경 알림 받기
  5. 가격 경쟁력 없음

실행 가능한 것: 1, 2번만.

3번은 마케팅이 결정. 4번은 제품팀이 만들어야 함. 5번은 경영진 판단.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자주 연락하기.

썼다.

  • 전환 후 1주일: 온보딩 콜
  • 2주차: 사용 현황 체크
  • 4주차: 피드백 요청
  • 로그인 없으면 즉시 연락

실행 가능할까? 모르겠다.

고객 80개사. 이렇게 하려면 하루 10건씩 연락.

콜드콜에 데모에 팔로업에. 거기에 기존 고객까지.

불가능하다.

근데 안 하면 또 잃는다.

팀 회의 30분 전

매니저가 출근했다.

“Churn 어때?”

“180이요.”

“아…”

둘 다 말이 없다.

“분석했어?”

“네. 온보딩 문제요.”

“그럼 이번 달은?”

“케어 강화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화이트보드.

매니저가 봤다.

“현실적으로 가능해?”

“해야죠.”

“그래. 해보자.”

나갔다.

나 혼자 남았다.

11시 팀 회의

세일즈팀 5명 모였다.

매니저가 말했다.

“지난달 Churn 분석 공유할게요. B2C씨.”

발표했다.

데이터 보여줬다. 패턴 설명했다. 대책 제시했다.

팀원들 반응.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돼?” “CS팀 일 아니야?” “신규 영업도 바쁜데…”

알고 있다. 다 맞는 말이다.

근데 안 하면?

계속 잃는다.

매니저가 말했다.

“일단 이번 달만 해보자. 효과 보면 CS에 제안.”

타협안이다.

받아들였다.

회의 끝났다.

월초의 의미

매달 1일. 항상 똑같다.

지난달 실패 분석. 이번 달 계획. 불가능한 타겟.

3년째 반복.

왜 할까.

돈 때문? 반은 맞다.

근데 반은 아니다.

패턴이 보이는 게 좋다. 데이터로 문제를 찾는 것.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

비록 실행이 어려워도. 비록 다음 달에 또 잃어도.

조금씩 나아진다.

Churn Rate. 작년 이맘때 18%. 지금 14%.

4%p 줄었다.

이게 내가 한 거다.

오후 1시

점심 먹고 왔다.

CRM 켰다. 오늘 할 일.

  • 신규 리드 10건 콜
  • 무료 체험 5건 팔로업
  • 유료 전환 3건 클로징
  • 기존 고객 10건 체크

월초지만. 영업은 멈추지 않는다.

잃은 건 잃었다. 채워야 한다.

첫 번째 콜. 다이얼 눌렀다.

신호음.

받는다.

“안녕하세요. ○○ 협업툴 B2C입니다.”

시작이다.


월초는 항상 두렵다. 근데 안 보면 더 두렵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