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콜 100통, 미팅 5개. 이게 정상인가요?
- 02 Dec, 2025
콜드콜 100통, 미팅 5개. 이게 정상인가요?
오늘 콜드콜 결과를 정리했다. 100통 걸었다. 미팅 잡힌 건 5개다. 5%.
팀장 시간에 이거 꺼냈다. “괜찮은데?” 라고 했다. 괜찮다고? 내가 들은 ‘평균’은 3%였다. 그럼 나는 평균보다 낫다는 건가.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콜드콜 평균 몇 %가 정상인가
업계 자료들 찾아봤다.
일반적인 벤치마크:
- B2B SaaS 콜드콜: 3~5%
- 금융/보험: 5~10%
- IT 솔루션: 2~4%
- 우리 회사: 팀 전체 평균 3.8%
그래서 5%면 평균 이상이다. 근데 이게 내 성과인지도 헷갈린다. 왜냐하면 콜드콜 “미팅 전환”과 “실제 영업 기회”는 다르기 때문이다.
미팅 5개 잡혔다고 해서 5개가 다 팔리는 게 아니다. 그중 1개가 데모까지 본다. 0.5개가 무료 체험을 시작한다. 0.1개 정도가 최종 전환된다. 그게 지금 현실이다.
콜드콜 전환율만 따지면 평균 이상인데, 결국 MRR 타겟은 못 채운다. 왜 그럴까.
내 콜드콜 멘트의 문제점
최근에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콜드콜에서 하는 말이 진짜 똑같다는 거다.
내가 하던 멘트: “안녕하세요, OO회사 B2C영업입니다. 저희는 팀 협업 플랫폼을 만드는데요. 무료 체험 한 번 해보시지 않을까요?”
콜드콜 100통. 이 멘트를 거의 비슷하게 쳤다.
문제:
- 상대방 회사/업종 조사 안 함. 그냥 리스트 순서대로 전화
- 왜 우리 제품이 필요한지 안 말함. 바로 체험 유도
- 상대방이 거절할 명분이 많음
- 감정이 없음. 로봇처럼 들림
팀 내 탑 세일즈 민철이를 보니 다르다. 그놈은 전화 걸기 전에 15분을 읽는다. 그 회사 LinkedIn, 웹사이트, 최근 뉴스.
“안녕하세요, 저희 플랫폼 봤는데 개발팀이 15명이네요. 슬랙만 써서는 이슈 트래킹이 힘들 것 같아서요. 혹시 지금 그 부분에서 불편함 있으신가요?”
이렇게 하더라. 그러면 미팅 잡히는 확률이 달라진다.
콜드콜 5% → 8%로 올리려고 한 시도
지난 한 달간 멘트를 바꾸고 있다.

변경 사항:
-
Personalization 추가
- Before: “안녕하세요”
- After: “안녕하세요, 개발팀 리더분 계신가요? 저희가 개발팀 협업 도구를 쓰는 회사들을 봤는데…”
-
문제 공감 먼저
- Before: 우리 제품 설명
- After: “혹시 지금 이슈 트래킹은 어떻게 하세요?” (질문)
-
구체적 숫자
- Before: “협업 개선”
- After: “비슷한 회사들은 메시지 검색 시간이 주 8시간 줄었대요”
결과는 어떻게 됐나?
지난주 결과:
- 콜드콜: 95통
- 미팅 약속: 8개
- 전환율: 8.4%
3% 올랐다. 95통이니까 정확히는 “약” 올랐다고 할 정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감정적으로는 달랐다.
거절 당할 때도 덜 아프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우리는 협업 도구 필요 없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들어봐야겠네요”라고 하니까.
전환율 5%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
그런데 이게 핵심이 아니다. 깨달은 게 있다.
콜드콜 전환율이 3~5%라는 건 이미 **“최적화된 상태”**다. 이게 천장이 아니라 천장에 가까운 수치라는 거다.
왜냐하면 콜드콜 대상 100명 중:
- 20명: 전화 안 받음 (스팸 폴더, 바쁨)
- 30명: 받긴 하는데 급해서 거절 (그냥 “괜찮습니다”)
- 30명: 우리 제품 관심 없음 (경쟁사 이미 사용 중)
- 15명: 우리 제품 관심 있음
- 5명: 미팅까지 가는 사람
이 구조에서 콜드콜만으로 5%를 넘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탑 세일즈들은 뭘 하나?
- 콜드콜 수 늘린다 (100통 → 200통)
- 콜드콜 대상을 좁힌다 (적격 고객만 50통)
- 콜드콜 아닌 다른 채널 (LinkedIn, 인바운드, 소개)
우리 팀 탑 세일즈 민철이는 뭘 하냐면…
콜드콜은 거의 안 한다. 대신 LinkedIn 검색으로 적격 고객 찾아서 메시지 보낸다. 그다음 2주 뒤에 전화 건다. 그럼 미팅 잡히는 확률이 확 올라간다고 했다.
“피치하기 전에 관계 만들어야 한다”고 민철이가 말했다.
MRR 타겟과의 괴리
근데 여기가 진짜 답답한 부분이다.
콜드콜 미팅을 5개 잡으면, 그 중 1개가 데모를 본다. 1개가 무료 체험을 시작한다. 최종 전환은 0.2개 정도.
우리 팀 MRR 타겟: 월 6500만원
내 담당 영업 영역에서 월 5500만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팀이 타겟을 채운다.
평균 계약가가 월 250만원이라고 치면… 22개 신규 고객이 필요하다.
22개 신규를 만들려면?
- 최종 전환율 5% (무료 체험 → 유료)라고 하면: 440개 무료 체험 필요
- 무료 체험 시작율 50% (미팅 → 체험)이라면: 880개 미팅 필요
- 콜드콜 미팅 전환 5%라면: 17,600통의 콜드콜 필요
월 22일 일한다고 치면 하루 800통이다.
불가능하다.
그래서 팀 전체는 콜드콜만 하는 게 아니라:
- 콜드콜 20%
- 인바운드 30% (우리 웹사이트/광고로 온 문의)
- 소개/파트너 30%
- 기존 고객 업셀/크로스셀 20%
이렇게 섞인다.
내가 콜드콜 전환율을 5%에서 8%로 올린 것도 좋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은 콜드콜 5%를 유지하면서 콜드콜 통수를 늘리는 것이다.
아니면 다른 채널의 미팅 질을 높이는 것.
3년차인데 아직도 콜드콜?
그러다 보니 고민이 생겼다.

내가 지난 3년간 뭘 했나.
1년차: 콜드콜 배우기, 10통에 1미팅
2년차: 콜드콜 최적화, 35% 달성
3년차: 콜드콜 58% 달성, 팀장
근데 지금도 하는 일이 여전히 콜드콜에서 1~2%만 다르다.
민철이는 2년차부터 이미 “콜드콜 비율 20%로 줄이고 소개/파트너로 80% 채운다”고 했다. 그래서 번 돈이 훨씬 많다. 커미션도 더 크다.
나는 왜 아직도 콜드콜을 열심히 하나?
이유들:
- 팀장이라고 해도 아직 개인 영업 target이 있음
- 콜드콜이 가장 “재현 가능하고 빠르다”고 생각함
- 다른 채널(소개, 파트너)은 통제 불가능해 보임
- 콜드콜은 자기 노력에 따라 결과가 명확함
- 아직 채널 다각화가 필요할 정도로 senior하지 못함
근데 솔직히 하면, 그냥 불안하다.
다른 채널로 갈아타면 실패할까봐. 콜드콜은 내가 하면 5%는 나온다는 걸 알아서.
다음 달 목표: 5% → 유지, 채널 다각화 시작
팀장한테 이야기했다. “다음 달부터 인바운드 고객 팔로업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럼 콜드콜은 누가 하냐고 물었다.
“신입들한테 트레이닝 가능한 영역이잖습니까. 저는 인바운드 고객 NPS 높이고, 업셀 케이스 만드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팀장이 생각하더니 OK했다.
그래서 다음주부터:
- 콜드콜: 주 2~3시간 (신입 트레이닝 + 질 높은 리드만)
- 인바운드: 주 10시간 (무료 체험 → 유료 전환)
- 기존 고객 관리: 주 5시간 (업셀 기회 찾기)
이렇게 시간 배분을 다시 한다.
콜드콜 100통, 미팅 5개는 정상인가?
결론: 맞다. 정상이다.
그런데 “정상이다”는 것과 “거기서 더 성장한다”는 건 다른 얘기다.
콜드콜 5%는 이미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여기서 8%로 올리는 건 꺼진 텀블러에 한 스푼 더 넣는 수준이다.
더 크게 성장하려면?
- 콜드콜 통수를 늘리거나
- 다른 채널을 섞거나
- 콜드콜 “미팅”보다 “실제 거래”로 갈아타거나
3년차가 되니까 이제 보인다. 콜드콜 전환율을 1~2% 더 올리는 건 최적화지만, 성장은 아니라는 걸.
내일 콜드콜 하면서 이 생각을 또 할 것 같다.
콜드콜 수 줄이는데 왜 자꾸 손이 마우스로 간다?
